에듀플러스 기획 [에듀플러스]“AI시대, 수학 공부는 필수에요…코딩을 배우면 저절로 수학이 재밌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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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작성일 23-06-14 15:00본문
코딩 공부하는 인문학 교수들이 알려주는 진짜 수학 이야기
“수학은 왜 배워야 해?” 자녀에게 한 번이라도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는 학부모라면 모두 난감했을 것이다. 묻지 말고 그냥 공부나 하라고 대답했을 수도 있고, 솔직하게 좋은 대학에 가려면 필요하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수학을 싫어해서 문과를 선택해 인문학과 교수가 된 이후, 난데없이 코딩 공부를 시작하면서 진짜 수학의 재미와 필요성을 깨닫게 된 이들이 있다. 남호성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 김미란 경상국립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손민정 한남대 응용영어콘텐츠학과 교수 이야기다. 에듀플러스는 이들에게 수학이 왜 인생에서 필요한지, 챗GPT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 세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학 공부는
무엇인지 물었다.
무엇인지 물었다.
“인공지능(AI)은 함수죠. 입력과 출력을 데이터라고 불러요. 이 데이터들을 숫자로 넣는 것을 벡터라고 해요. 벡터는 한 줄짜리 숫자열이에요. 지금까지 AI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했는데요. 이게 바로 수학이에요!”
수학이 챗GPT 시대에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남호성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는 AI 자체가 이미 수학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AI는 직사각형으로 돼 있는 숫자 행렬이다. 데이터가 들어와 벡터화하면 행렬은 즉시 곱하는데 그게 바로 챗GPT고 네이버 이미지 인식”이라며 “행렬이 여러 개 있고 그 행렬과 연쇄적으로 곱하는 것이 AI의 전부고 이걸 느끼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수학은 쉽고 쓸모있는 수학이라고 단언했다. 남 교수는 영문학과에 진학해 대학원에서 음성학을 전공했다. 코딩을 배워 대기업 프로그래머로 취업한 후, 현재는 예일대 해스킨스 연구소 시니어 과학자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쓸모있는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강연을 이어간다. 동료 교수에게 코딩 공부를 권하고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남호성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AI시대, 수학 공부로 데이터 다루는 능력 키워야
손민정 한남대 응용영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수학에 재능이 없지만 남 교수 추천으로 2021년부터 뒤늦게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수학을 싫어했던 손 교수는 그야말로 문과형 인재였다. 그런 그가 코딩을 배운 이후 ‘AI시대에는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수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행렬·미분·확률·함수·벡터다. 코딩을 공부해보니 문·이과 전공을 떠나 수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학 가운데 이 다섯 분야만 제대로 이해해도 AI시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렬·미분·확률·함수·벡터, AI시대 반드시 배워야 할 수학
“저는 수학적 기초가 다져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코딩을 공부할 때 수학과 씨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주변 동료 교수들이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저도 노력을 하니 결국 이해하지 못할 수학은 없더라고요.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던 학생이었지만, 50대인 지금은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하고 있어요.”
손 교수는 꾸준히 코딩 공부를 하면서 대학 내 ‘응용영어콘텐츠학과’를 신설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교육 과정 안에 코딩 관련 교과목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자신이 직접 공부해보니 문과대 학생에게 코딩을 통한 수학 공부는 사회로 나가기 위한 필수 소양이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수학에 재능이 없어도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중요하다”면서 “문과 성향 학생이라도 지금 배우는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고 왜 배우는지 알려준다면 깊은 수학적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학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란 경상국립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김미란 경성대 영어교육과 교수도 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들 중 하나다. 김 교수는 미래 시대를 살아갈 학생은 반드시 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수학 공부란, 대학 입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AI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학이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은 데이터를 다루는 논리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수학 공부를 바탕으로 코딩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강의의 질이 높아지고 콘텐츠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영어는 학생마다 수준차가 크고 각자 부족한 부분이 다른 과목 중 하나다. 한 교재를 가지고 제한된 시간 안에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런데 파이썬 코딩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니 학생별 개별맞춤 수업이 가능해졌다. “코딩을 활용해 원어민 발음을 들으면서 피드백을 주는 상황을 구현하고 품사를 모르는 학생은 품사 엑셀파일 코드를 돌려 수업 자료로 볼 수 있게 했어요. 수업 시간에 할 수 없던 개별 학습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거죠. 수학 공부가 제 강의 콘텐츠를 이렇게 알차게 바꿔 놓을지 몰랐어요.”
◇어려운 수학 교육, 평생 수학과 등돌리게 만들어
세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교육 내 수학 교육과 이들이 말하는 수학 공부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수학 교육을 말할 때 수능 수학과 수학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초·중·고 수학 교육은 모두 제2의 허준이 교수를 양성하기 위한 커리큘럼이에요. 수능 수학이 수학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지나치게 어려운 공교육 수학, 흥미 잃게 만들어
김 교수도 학생들이 변별력을 위해 더욱 어렵게만 출제되는 수능 수학 문제가 수학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어릴 때 수학·과학을 재밌어하던 아이들도 공교육 시스템으로 들어가게 되면 흥미를 잃죠. 수학이라는 과목이 대학 입시에 활용하는 점수로 환원하다보니 생긴 현상이에요.”
수능 수학이라고 지칭하는 공교육 시스템 내 수학 공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어려운 문제만 푼 학생들이 일찍이 수포자가 돼 수학이라는 학문으로터 영영 도망치게 만드는시스템을 꼽았다. 수학을 배우는 학생 가운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다수 학생들이 수학과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다는 것이다.
◇AI학과·컴퓨터공학과 보다 물리학과·수학과에 눈돌려야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이들은 진학을 위한 수학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수학 교육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AI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수학적 언어가 중요한 시대”라며 “변화하는 세상에서 데이터를 다루고 AI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한 훈련으로 수학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실제로 수능 수학을 열심히 해서 의대, 바이오과 등에 들어간다 해도 어려운 수학은 사실 큰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는 쉬운 수학, 쓸모있는 수학, 보이는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쉬운 수학, 보이는 수학은 눈으로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수학적 개념을 시각화 하는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남 교수는 학생들에게 현재 각광받는 AI학과, 컴퓨터공학과 대신 물리학과, 수학과에 진학할 것을 추천했다. 컴퓨터학과는 알고리즘을 가르쳐주는 학과인데, 코딩은 배울 수 있지만 특화된 것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AI학과나 컴퓨터공학과 출신들의 자리가 줄어들어요. 이런 상황에서 AI학과나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끝까지 오른 상한가 주식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저는 이럴때 물리학과나 수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미래를 읽는 혜안이라고 생각해요.”
대치동 이사보다 맹모코딩지교, 학부모도 코딩 배워야
세 교수는 자녀 수학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남 교수는 “이제는 맹모삼천지교 대신 ‘맹모코딩지교’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이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수학 교육법은 부모가 먼저 코딩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공부하는 집안에서는 자녀 공부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말은 하지만 직접 본을 보이지는 않죠. 부모가 앞서서 코딩을 공부하면 자녀의 수학 교육은 저절로 이뤄져요.”
김 교수는 자녀에게 시대에 맞는 수학 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코딩 공부를 하라고 권했다. “본인은 잘 모르면서 배우라고 하는 교육만큼 안 좋은 것이 없어요. 부모가 먼저 코딩을 배우면 지금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수학이 무엇인지 당장 알게 되죠. 적어도 수능 수학만 바라보지는 않게 될 거예요.”
손 교수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단시간에 풀어내는 능력보다 수학 문제를 하나 풀더라도 끝까지 해결하려는 끈기를 가진 학생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설 읽기의 경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지나쳐도 책을 읽어낼 수 있지만 코드는 한 라인에서 에러가 생기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 배움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려는 노력 자체가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소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남 교수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코딩은 60대 이하 성인이라면, 모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딩을 배우면 직장 내에서 역량이 더 커질 수밖에 없죠. 돈도 더 잘 벌 수 있고요. 수학적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에 뇌가 늙지 않아요. 치매 걱정도 할 필요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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